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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목

권위적인 부모의 심리(크로노스 콤플렉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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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1
조회수
1196
내용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크로노스 콤플렉스란 아버지가 아이들의 존재와 가능성을 무시하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는 자녀가 자기 인생에서 모든 결정과 책임을 다 해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존재일 뿐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내 인생에 자녀들이 들어와 있다는 것보다 자녀 인생에 내가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상하관계가 아니라 많은 부분과 경험, 삶의 시간을 같이 공유한 파트너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2월 1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집에서 31세 아버지와 35세 어머니가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체벌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부모는 아들을 1시간 정도 기마자세 등으로 체벌하고 70cm의 몽둥이로 팔, 다리 등을 때렸다. 아들은 체벌을 받은 뒤 잠을 자다가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일으키며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지고 말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소견에 의하면 사인은 폭행으로 인한 쇼크사로 추정된다고 한다. 부모는 “시키는 공부를 안 하고 거짓말을 하는 등 말을 안 들어 홧김에 아들을 때렸다”고 진술했는데 과연 이것이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만든 행동의 이유가 될까? 왜 이처럼 자식을 죽이기까지 하는 일이 벌어질까?

30대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등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복종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아들은 부모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개인적 신념과 사회문화적 통념으로 인해 아버지는 초등학교 2학
권위적인 부모의 심리년밖에 되지 않은 아들을 체벌하여 죽게까지 한 것은 아닐까. 아들이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살아가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여길 때 이런 행동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바로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종종 보여지는 크로노스 콤플렉스(Cronus Complex)의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에게 아이 대신에 돌을 내미는 레아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에게 아이 대신에 돌을 내미는 레아

자녀를 억누르는 아버지의 크로노스 콤플렉스 
크로노스 콤플렉스는 1984년 뉴욕 롱 아일랜드 상담소의 존 크랜달이라는 상담가에 의해 정의되었다. 
그에 의하면 크로노스 콤플렉스란 아버지가 아이들의 존재와 가능성을 무시하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들의 가능성과 성장을 거부하고 막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조지 루카스 감독의 6부작 SF영화인 <스타워즈, Star Wars>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스베이더는 은하 제국의 최고 사령관이자 악의 세력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항상 검은 베일과 금속으로 된 헬멧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음성을 변조하여 감정 없는 기계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광선검과 포스를 이용하여 은하 제국에 반대하는 세력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하고 제국 안에서도 무능력하거나 반항하는 존재가 있다면 무조건 살해하는 인물이다. 이렇듯 다스베이더와 은하제국의 약육강식 공포 정치로 인해 은하계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던 시기, 평범하게 살아가던 청년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가 이끄는 은하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반란군에 합세한다.


다스베이더를 적으로만 생각하던 스카이워커는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 싸우게 됐을 때 그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다스베이더는 스카이워커에게 자신과 제국, 즉 악의 세력에 합세하면 안락하고 화려한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설득하며 일방적으로 제국의 계급 사회의 방식을 아들에게 주입하려 하지만, 스카이워커는 그토록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다스베이더가 알고 보니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분노하며 오히려 그를 공격하게 된다. 스카이워커가 계속해서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고 반항하자, 다스베이더는 그를 제국의 방해물이 될 인물로 여겨 아들의 손을 자르는 끔찍한 치명상을 입히고, 스카이워커는 반란군의 우주함에 의해 가까스로 구출된다.


이렇듯 자녀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과 기준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자녀가 주체적으로 가능성을 발휘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스베이더에게서 크로노스 콤플렉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다스베이더도 황제가 스카이워커를 공격하자 그를 대신하여 목숨을 내어 놓을 만큼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사랑은 검은 베일과 차가운 금속 헬멧에 철저하게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크로노스 콤플렉스를 가진 부모들도 분명히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겠지만 계속해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자녀들을 자신의 틀에 가둔다면, 자녀들은 검은 베일과 금속 헬멧 뒤에 숨겨진 본심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크로노스 콤플렉스 
크로노스 콤플렉스는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식들을 집어삼킨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어머니 가이아를 배신하고 타이탄의 왕위에 오른 크로노스는 자신의 후손이 왕위를 찬탈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태어나는 아이들마다 집어삼켜 버린다. 부인 레아는 자신의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잡아먹히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 가이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자 가이아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돌덩이를 아이인 것처럼 해서 크로노스가 먹게 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해서 몇몇 아이들이 살아남고 그 중 막내 제우스가 크레타 섬 동굴에 숨어 지내다가 성장 후 크로노스에게 약을 먹이고 그 뱃속에 있던 형제, 자매들을 토해내게 한 뒤 그를 지하세계 타르타로스에 영원히 가두어 버린다. 제우스가 구한 이 형제, 자매들이 바로 그리스 신화의 여러 신들이다. 제우스가 하늘을, 포세이돈이 바다를, 하데스가 지하 세계를 맡게 된 것이다.


크로노스 콤플렉스의 행동특징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아이들의 삶에 자신의 뜻을 강요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행동을 보여주었을 때, 아무런 감정과 관심을 주지 않음으로써 아이들을 낙심시키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자신의 주장이나 뜻이 무시된다고 여기면 난폭해지고 무자비해진다. 따라서 아이들의 불순종은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불순종으로 받아들여져 급기야는 극단적인 가정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키우는 것에 집착한 부모의 모습이다. 나의 권위와 이익을 유지하고픈 비뚤어진 열망이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주체적인 삶의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위협적이고 부정적인 요소로 생각한다. 특히 크로노스 콤플렉스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보다 흔히 볼 수 있는데, 가부장적인 가치는 사회의 규율과 관습을 통해 개인과 남자들의 관계 사이에서 높은 권위에 순종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들은 엄격하게 키워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버디 아빠(친구같은 아빠)가 아니라 상하 관계의 부자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아들이 성장함에 따라 아버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생각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콤플렉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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