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50대에 접어드는 주부입니다. 최근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때까지도 부부갈등에 지쳐 있었지만, 자녀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는데 배신감 때문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할까요? A.이러한 부부관계의 위기에 당면한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부부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도 큰 아픔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위기가 닥칠 때 흔히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가 쉬우므로 무엇보다 돌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를 발전시키기는 어려워도 깨어지기는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중년기를 맞이한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지게 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가 결혼이후 정서적 추적과 도망가기의 줄다리기를 하다 힘이 다 빠지고 지쳐 둘 중 한 사람이 외부에서 정서적 필요를 채우려 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대개 부부간의 만성적 갈등이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길 때 이러한 종류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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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경남차장 knlee@pckworld.com |
예를 들면 자녀가 집을 떠나거나, 유학을 가거나, 군대를 가거나 출가를 한 경우 어떤 부부들은 그동안 이 자녀들 때문에 부부사이에 만성적으로 축적되어 온 갈등이 표면위로 올라오게 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흔히 자녀 때문에 결혼관계를 지탱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부부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때 화해자의 역할을 한 자녀가 떠난 경우는 부부사이에 관계가 유지되지 못하고 외도나, 별거, 혹은 이혼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년기 이후가 되면 평소 결혼관계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불만족한 정서적 관계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메시야'를 찾다가 자기의 정서적 필요를 채워주는 이성을 만날 경우 쉽게 위험한 관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몇 개월 지남에 따라 새로 만난 사람도 자신 안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리면 다시 배우자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 안의 외로움에 대한 자신의 책임은 무시하고 타인이 그 외로움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이 깨어질 때 마다 다른 사람을 찾게 되는 정서적 유목민처럼 방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만성적인 갈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지를 탐색해야 합니다. 각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정서적 필요의 충족이 좌절될 때 각자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반응을 해 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정서적으로 소원함을 느끼는 배우자는 상대방을 추적하고, 추적당하는 배우자는 그것이 숨이 막힐듯하여 정서적으로 상대방으로부터 도망가는 이러한 패턴의 끊임없는 반복은 서로를 지치게 만들고 관계에 단절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근원적으로 우리 안의 유기의 불안과 함몰의 불안이 이러한 정서적 추적과 도망가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우리 내면의 불안을 우리 자신이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이러한 불안을 해결해 주는 '메시야'가 아니라 나 자신이 내 안의 불안을 직면하려는 용기가 요구됩니다. 김경 교수/서울여대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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