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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위기 치료 상담방

제목

"죽겠다"는 말보다 더 하기 힘든 말 "도와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8.28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5645
내용

"죽겠다"는 말보다 더 하기 힘든 말 "도와줘"

  • 김한수 기자

 

교통 사고 때문에 걸을 수 없게 된 저자, 자살하려 했지만
주변의 따끔한 말이 그의 마음 움직여 상담사의 길 걷게 돼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해요

하세가와 야스조 지음|이영미 옮김|김영사 | 184쪽|1만1000원


저자 하세가와(45)는 일본에서 18년째 활동하는 '생명 카운셀러'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의 응어리를 풀어주어 희망으로 이끌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뻔한 '착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그는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휠체어 생활을 하는 장애인이다. 네 살 때 어머니가 그의 손을 잡고 강으로 들어간 것을 포함해 자살 기도만 한두 번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그의 생명 카운셀링은 힘이 있다. 일본 이야기이지만 상담 케이스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나 주변에서 겪었을 마음의 상처들이다. 책을 읽고 나면 "도와줘"라고 말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진다.

◆너무도 힘든 말 "도와줘"

그가 상담한 S씨는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아내를 잃었다. 그런데 아내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당신 먼저 천국에 가 있어. 나도 나중에 따라갈 테니"라고 말한다. '나만 슬퍼해서는 안 돼'라는 강박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일본 전체가 "힘내라, 고베"라고 외치고 있었고 S씨는 '우는 소리 하지 말고 힘을 내자'고 다짐했다. 슬픈 감정은 억눌렸다. 저자는 집단 상담을 통해 S씨 아내의 가상 장례식을 열었다. 모두가 부인 역할을 맡은 이의 가슴 위에 꽃을 올리고 추모의 말을 했다. S씨 차례. 부인 역을 맡은 사람과의 거리는 불과 1.5m, 세 발짝 거리. S씨는 10분이 넘게 발을 떼지 못했다. 마침내 S씨의 입이 먼저 터졌다. "왜 나만 남겨놓고 갔어!" 눈물이 마를 정도로 울고 또 울었고, 목이 쉬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또 다른 상담자는 스물다섯 청년 Y씨. 그는 자신의 생일이 엄마의 기일(忌日)이다. 그를 낳다가 돌아가셨다. '내가 엄마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살아온 그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껴서는 안 된다. 어리광도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두 살짜리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죽고, 중학교 1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신 여성 A씨. 그는 두 번 다 엄마가 너무나 슬퍼해서 '괴롭다' '슬프다'는 말도 못하고 꾹 참았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자살했다. 아버지와 둘만 남았지만 그녀는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꾹 눌렀다. 여섯 살 난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엄마 M씨. 그녀는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다쓰야(아기)가 죽지 않았을 텐데…"하는 자책으로 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이들은 모두 "도와줘"라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저자는 말한다. "도와달라고 얘기하라.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을 안 하는 지금이 더 폐가 되는 것이다." 정말 어렵게 들릴 듯 말 듯 "도와줘"라고 말한 상담자들은 이제 남을 돕고 있다.

◆남 도울 처지가 아니었다

하세가와는 어찌 보면 남을 도울 처지가 아니다. 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 때문에 네 살 때부터 거의 버려지다시피 살았다. 중학교 때는 변호사가 꿈이었지만 재가한 어머니가 새 아버지의 미장일을 도우라고 해 학교도 못 다녔다. 폭주족에 본드도 흡입하는 문제아가 됐다. 술 마신 친구가 몰던 차가 벽을 들이받는 사고에서 의식을 회복하자 의사는 "너는 평생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폐만 끼친다는 생각, 괴롭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1년 반의 병원생활 끝에 장애인 연금이 나오자 그는 파자마 차림에 휠체어를 타고 자살지로 유명한 후쿠이의 도진보라는 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기차를 갈아타면서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이 우연히도 목적지가 같다며 동행했다. 결국 도진보에 도착했을 때 일행은 10명으로 늘었다. 바다를 보고 난 다음 돌아가자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있다가 가겠다"고 하자 "너 여기 온 진짜 목적이 뭐야?"라고 다그친다. 자살 기도를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얼굴에 훤히 쓰여 있더라니. 그런데 우리가 널 그냥 내버려둘 줄 알았니?"라며 웃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 둘러싸여 집으로 돌아오며 저자는 처음으로 '죄송합니다'가 아닌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후로도 "행복을 눈앞에 두면 두려워지는 또 다른 나"(113쪽) 때문에 숱하게 자살 충동을 느끼던 그는 어느 날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자신을 상담해주던 상담사에게 유언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가 "이제껏 남한테 폐만 끼치고 그냥 죽어버리겠다고?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남의 도움이 되어보란 말이야!"란 호통을 듣고 얼결에 상담 보조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18년간 경험 사례를 모아 책을 펴낸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2009년 겨울 교통사고가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강연장소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다는 것이다.(180쪽) 그는 "책의 힘으로 내가 직접 말을 건넬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

 

조  선  일 보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23/20110923022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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