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야한 옷을 입는 것은 남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들이 꼭 유념해야 할 사실이 있다. 강간이나 성추행이 어두운 밤길에서 생면부지의 남자에게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소 허울 없이 알고 지내던 남자 선배나 심지어 남자친구에 의해서도 강간 당할 수 있다.
황당한 사실은 이런 경우에 많은 남자들이 자신은 강간범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여자가 술 취해서 전화한 것은 당연히 같이 자자는 말이고, 밤에 야한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은 어디론가 데려가 주길 바라는 신호다.
동아TV에서 5일 방영한 특선다큐멘터리 ‘위험한 오해’는 남자들의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미국 대학생들의 아찔한 ‘성의식’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제작된 이 다큐는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올바른 대화방법과 구체적인 성폭행 예방책을 제시했다.
방송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은 인터뷰를 통해서 드러나는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여자의 ‘안 돼’라는 말을 ‘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이다. 인터뷰에 등장한 한 남자 대학생은 ‘여자들의 감정과 육체는 원하는데 이성이 막는 경우가 있다’며 진짜 싫어서 ‘NO’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여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한 여학생은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당시 그녀는 남자에게 집에서 나가달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남자는 ‘아니 넌 내가 있길 원해’라며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는 것.
이날 방송에서 심리 전문가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상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분명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폭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요령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먼저,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은 피해야 한다는 것. 인격적인 관계가 아니라 그저 하룻밤 즐길 여성을 원하는 남성과 함께 있는 것은 위험하다. 남자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괜찮은 물건(?) 하나 건졌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자리를 뜨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남자의 호의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지 말 것. 잘 대해 줬다고 뭔가 빚진 사람처럼 거절하지 못한다면 점점 남자의 페이스에 말려들 뿐이다.
셋째,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은 미리 피할 것.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자고 하거나, 단둘이 드라이브를 제안할 때, 특히 조심해야 된다. 만약의 사태에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곳은 절대 가서는 안 된다.
넷째, 아는 사람을 만들어 놓을 것. 자신이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를, 친구나 동료가 알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 앞에서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으니, 늦으면 데리러 와라’고 친구에게 통화한다면 더욱 좋다.
다섯째, 절대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폭행의 절반이상은 음주상태에서 벌어진다. 남자가 술을 계속 권한다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여섯째, 자신의 직감에 따를 것. 여성의 직감은 훌륭한 범죄 경보기이다. 느낌이 안 좋으면, 결례가 되더라도 무조건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단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애매한 대답은 남자들에게는 무조건 ‘예스’로 들린다.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는데도 계속 치근덕거린다면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만약 성폭행을 당했다면 어떡해야 할까. 먼저 가까운 사람에게 알려 함께 있도록 하고, 경찰에 신고한 후 곧장 병원으로 가야 한다. 병원에 가기 전에는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으면 안 된다. 성폭행은 중대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이 빠져나가기 쉬운 범죄다. 증거를 없애버리면 처벌이 어려워진다.
이 다큐는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 과학을 교양필수과목으로 배우듯이 성폭행에 대한 교육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모든 남성이 여성의 의지에 상관없이 성행위를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성교육’이 아니라 이제는 ‘성폭행 방지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말, 씁쓸한 기분을 들게 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TV리포트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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