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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심리 (곽금주, 서울대 교수 심리학)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거짓말을 잘 못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능력 있는 거짓말쟁이'이다.
거짓말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 사람들의 거짓말은 거의 일상적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진심이 아니면서 "언제 식사 한번 합시다" "한 잔 합시다"라든지,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고 "이거 정말 내가 갖고 싶었던 건데…"라고 하는 등 사회적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놀랍게도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능력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타난다.
첫돌을 막 지난 아이도 혼자서 넘어졌을 때는 잘 울지 않지만 엄마가 보고 있으면 아픔을 과장해 운다.
적응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렇게 주어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절하는 능력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요즘 우리 시대에서 거짓말은 어느 정도 비난받지 않는 처세술로 인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조정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사회적 적응에 꼭 바람직한 특성인 것일까.
거짓말은 악의 없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하게 되는 '혼란의 거짓말',
남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허영의 거짓말',
'체면과 변명의 거짓말'에서부터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끼쳐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악의의 거짓말'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한 이러한 거짓말은 범죄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정신 질병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없었던 일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거나, 일어났던 일을 위장 왜곡하는 경향은 망상장애.정신분열증이나 여러 성격장애 환자들에게서도 흔히 발견되는 특성이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에서 책략과 거짓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에 이름 붙여진 '마키아벨리즘 성향'은 인간관계를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것으로 자신의 의도를 들키지 않고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능력 중 하나로 인정받기도 한다.
실제로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세일즈 성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마키아벨리즘 성향의 주된 특징은 들키지 않고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거짓말이 옳다는 강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때 불안과 초조함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에게 잘 속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한 거짓말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그 책임을 사회나 타인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설득력 있는 언변에 자기애적 우월감과 자신감이 넘쳐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상당한 전문적인 성공을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마키아벨리즘 성향을 검사한 최근 연구에서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사이코패스와 같은 범죄자들에게서도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사이코패스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정신병질로,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극악무도한 흉악범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쉽게 하는 거짓말이 우리의 성격을 바꾸고,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고, 우리 사회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가?
거짓말이 관습이 되고 문화가 되는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거짓된 생각과 행동을 되새겨 보자.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무심코 해 버린 거짓말은 없었는지, 타인의 거짓말에 관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작고 큰 거짓말과 허위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반성해 보자.
거짓말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요즈음, 나의 거짓말과 다른 사람의 거짓말에 좀 더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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